도넛은 단순한 튀김 빵이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디저트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전통 간식 ‘올리코크(olykoek)’에서 시작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대중화되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도넛의 시작부터 주요 연대별 사건, 문화적 의미,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 — 도넛의 시작과 발전
도넛의 기원은 17세기 네덜란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겨울 축제나 성탄절에 ‘올리코크(기름 케이크)’라는 튀김 과자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 간식은 밀가루 반죽에 계란과 설탕, 버터를 넣어 기름에 튀긴 것으로, 표면에는 설탕을 뿌려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올리코크의 내부가 잘 익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때로는 속에 말린 과일을 넣어 이를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과 이민자들이 17~18세기 동안 북미 동부 해안, 특히 뉴암스테르담(현재의 뉴욕) 등에 정착하면서 이 전통이 북미로 전파되었습니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며 도넛은 지역적 변형을 겪는데, 속을 채우거나 설탕·시나몬 등으로 토핑하는 방식이 늘어났습니다. 전설적으로는 1847년 미국의 선원 한슨 그레고리(Hanson Gregory)가 배에서 반죽의 가운데가 덜 익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넛마다 구멍을 뚫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이 변화는 도넛의 상징적 형태를 확립했고, 이후부터 도넛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식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20세기 초에는 자동 도넛 기계의 발명으로 상업적 생산이 본격화되었고, 각종 프랜차이즈와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도넛은 대중적 간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화 — 국가별 의미와 상징성
도넛은 미국에서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문화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적십자 사역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전선의 병사들에게 도넛과 커피를 제공해 사기를 북돋운 일화는 특히 유명합니다. 전후로 도넛은 위로와 온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더 나아가 대중문화 속에서 경찰관들이 도넛과 커피를 즐기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묘사되며 ‘경찰과 도넛’이라는 고정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도넛과 유사한 과자(예: oliebollen)가 여전히 새해와 축제 때 소비되며, 행운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는 축제 음식으로 튀김 반죽류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고, 각 지역의 식재료와 기호에 맞추어 다양한 변형이 만들어졌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도넛이 단순 식품을 넘어 ‘인스타그래머블’한 시각적 요소와 스토리를 가진 상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유명 셰프들의 퓨전 작품(예: 크로넛)과 SNS 문화는 도넛을 다시금 트렌디한 디저트로 끌어올렸습니다.
변화 — 글로벌 시대의 도넛
21세기 들어 도넛은 글로벌 푸드 트렌드와 건강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에서는 현지 식재료를 접목한 도넛이 인기입니다. 한국에서는 인절미, 흑임자, 고구마 크림을 활용한 도넛이 등장했고, 일본에서는 말차와 팥을 이용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변형이 유행했습니다. 동남아에서는 망고, 코코넛, 우베(보라색 고구마) 등을 활용한 색다른 풍미의 도넛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웰빙 트렌드에 따라 튀기지 않은 구운 도넛, 저당·저칼로리 제품, 비건 도넛, 글루텐 프리 옵션 등 다양한 건강 지향형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자동화된 생산 설비와 유통 시스템 덕분에 지역 특산 도넛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수제 도넛(크래프트 도넛) 바람이 불며 소규모 베이커리의 차별화 전략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넛은 그 기원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지역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형태와 맛을 바꾸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도넛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축제 음식에서 출발해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상징적 형태(구멍 뚫린 링형)를 갖추고, 산업화와 대중문화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연대별 주요 사건들—네덜란드 이민과 전파, 한슨 그레고리의 구멍 발명 설화, 자동화 기계의 등장—은 도넛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든 중요한 전환점들이었습니다. 현대의 도넛은 지역별 특색과 글로벌 트렌드가 결합된 다채로운 모습으로 존재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재료와 기술, 문화적 요구에 따라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카페에서 도넛을 집을 때마다 그 한 입에 담긴 수백 년의 여정을 떠올려 보세요.